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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결말 해석 - 박찬욱 감독이 숨겨둔 상징과 열린 결말의 의미

by 넥스트에라 202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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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이 글은 영화 <어쩔수가없다>(2025)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결말과 핵심 반전이 노출됩니다. 영화를 감상하신 후 읽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며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어쩔수가없다>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 평범한 가장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블랙코미디이자 스릴러입니다.

겉으로는 주인공의 재취업 성공이라는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감독과 배우 모두 이 결말을 명백한 비극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장면별로 짚어보고, 그 안에 담긴 상징과 감독의 의도, 평단의 시선까지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줄거리 핵심 요약 (결말 중심)

25년간 제지회사에서 일하던 만수(이병헌)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고, 결국 집까지 잃을 위기에 몰립니다. 업계 1위 회사 공채에 마지막 희망을 걸지만 냉정하게 외면당한 만수는, 자신과 같은 자리를 노리는 동종 업계 경쟁자들을 제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다다릅니다.

만수는 차례로 경쟁자들을 살해하며 결국 원하던 재취업에 성공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은 듯 보입니다. 영화는 가족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는 표면적으로 화목한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진 인간성과 도덕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여러 상징을 통해 암시합니다.

어쩔수가없다
어쩔수가없다


장면별 결말 해석

1. 앓던 이를 직접 뽑는 장면 - 죄책감의 마지막 발치

극 후반, 만수가 박희순이 연기한 인물과 술을 마시며 스스로 앓던 이를 뽑아버리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장면은 그가 지녔던 마지막 죄책감과 도덕성,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마저 스스로 뽑아 던져버리는 행위로 해석됩니다. 치통이라는 신체적 고통에서는 해방되지만, 그 대가로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는 역설적 순간인 셈입니다.

2. "뿌리부터 썩어버렸어" - 딸의 대사가 가리키는 것

영화 말미, 딸이 나무를 바라보며 내뱉는 이 대사는 다층적인 해석을 낳습니다. 시체를 묻은 자리에 심긴 나무가 뿌리부터 썩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 애초에 경쟁자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순간부터 만수라는 인간 자체가 뿌리부터 잘못되어 있었다는 은유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만수가 겪던 치통과도 공명하는 대사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부터 부식되어가는 내면을 압축적으로 드러냅니다.

3. 바비큐 파티 - 표면적 화목 뒤에 감춰진 파멸

영화를 마무리하는 가족 바비큐 파티 장면은 언뜻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배우 이병헌은 이 영화를 명백한 비극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는 만수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행위 자체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언급했으며, 겉으로 봉합된 듯한 이 장면에서도 가족의 영혼은 이미 죽어 있는 상태라고 해석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르던 장면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평생 들려주지 않던 첼로 연주를 딸이 들려주는 장면 역시 회복이 아니라 균열을 봉합하려는 위태로운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4. 열린 결말 - 올드보이와의 연결고리

박찬욱 감독은 이 결말을 의도적으로 열어두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전작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했는지 불분명하게 남겨두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만수가 새 직장에서 버티고 가족에게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확정하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맺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가지 조건 모두 위태로운 상태로 영화가 끝나는 만큼, 관객이 자신의 인생관에 따라 이 가정의 미래를 각자 다르게 그려보도록 설계된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의도 - 상징으로 채운 미장센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원래 <모가지>, <도끼> 등으로 구상했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인 '어쩔수가없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제목을 띄어쓰기 없이 붙인 것 역시, 생각해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아무 데서나 툭 튀어나오는 감탄사처럼 관객들이 받아들이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상징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면접 장면과 취조 장면에서 반복되는 강렬한 조명은 희망이 아니라 진실을 캐내려는 권력의 심문을 상징하며, 만수를 식물 애호가로 설정한 온실과 분재는 보호와 억압이 겹치는 인위적 안전지대이자 가꾸는 동시에 꺾어버리는 폭력의 은유로 기능합니다. 감독은 베니스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해왔으며 지금 시대에 더욱 필요해진 이야기라고 언급하며, 가속화되는 기술 변화 속 고용 불안을 핵심 문제의식으로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평론가들의 시선

해외 평단의 반응은 특히 뜨거웠습니다. 가디언의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이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은 아닐 수 있지만 그해 베니스 경쟁작 중 최고였다고 평가했으며, 버라이어티는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인간적이고 신랄한 유머를 지닌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타임아웃은 별 다섯 개 만점을 주며 <아가씨>를 뛰어넘는 걸작이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국내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상징이 풍부한 연출은 공통적으로 호평받았지만, 몰입하기 어려운 전개와 찝찝한 결말을 단점으로 꼽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제거 대상이 셋이나 되면서 플롯이 다소 늘어진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불편함과 찝찝함 자체가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됩니다.


결말이 남긴 질문들

  • 만수의 살인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뿌리부터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 표면적으로 회복된 듯한 가족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우리 스스로도 일상에서 면죄부처럼 사용해온 적은 없을까

감독은 이 열린 결말에 대해, 관객이 자신의 가정 상황과 인생관에 비추어 종합적으로 답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결말에 안주하지 말고, 그 이면의 비극적 진실을 스스로 발견하길 원했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어쩔수가없다>는 해고와 재취업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개인의 선택 책임을 얼마나 손쉽게 희석시키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표면적인 해피엔딩 아래 감춰진 도덕적 파멸을 그려낸 이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이 글은 영화의 공식 스토리와 공개된 감독·배우 인터뷰, 평론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분석 및 개인적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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