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이 글은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을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결말과 핵심 반전이 노출됩니다. 영화를 감상하신 후 읽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며
2017년 개봉했던 조스 웨던 감독의 <저스티스리그>는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 원래 연출을 맡았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했던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완성해 공개한 것이 바로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입니다. 러닝타임만 4시간에 달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디렉터스컷' 수준을 넘어, 전혀 다른 톤과 서사 구조를 가진 별개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나이더컷의 결말을 장면별로 짚어보고, 그 안에 담긴 감독의 의도와 상징, 그리고 평론가들 사이에서 오갔던 해석들까지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줄거리 핵심 요약 (결말 중심)
슈퍼맨의 죽음 이후 지구는 수호자를 잃은 상태입니다. 이 틈을 노려 외계의 정복자 다크사이드는 부하 스테픈울프를 지구로 보내 세 개의 마더박스를 회수하려 합니다. 마더박스가 하나로 합쳐지는 '유니티'가 일어나면 지구는 파괴되고 다크사이드가 완전한 힘을 얻게 됩니다.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를 규합해 팀을 결성하고, 결국 슈퍼맨을 부활시켜 힘을 보태 스테픈울프를 물리칩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승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파트인 '나이트메어' 시퀀스에서, 만약 팀이 실패했을 경우 펼쳐졌을 암울한 미래—다크사이드가 지구를 완전히 정복하고 배트맨과 살아남은 영웅들이 저항군으로 싸우는 디스토피아—가 배트맨의 악몽 혹은 예지몽 형태로 제시됩니다.
장면별 결말 해석
1. 슈퍼맨의 부활과 '검은 슈트'의 의미
부활한 슈퍼맨이 처음 눈을 떴을 때 잠시 폭주하며 팀원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원작 코믹스 <더 데스 오브 슈퍼맨>과 <리부트> 시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활 후 트라우마'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후 슈퍼맨이 착용하는 검은 슈트는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코믹스에서 죽음과 재탄생을 상징하는 색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장치입니다. 스나이더 감독은 이를 통해 슈퍼맨이 완전히 예전과 같은 존재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과한 '다른 존재'로 재탄생했다는 뉘앙스를 남깁니다.
2. 스테픈울프의 죽음과 다크사이드의 등장
스테픈울프가 자신의 주군 다크사이드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 vs 빌런' 구도가 아니라 훨씬 큰 우주적 서사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스테픈울프는 처음부터 다크사이드의 신임을 되찾기 위한 도구적 존재로 그려졌고, 그의 죽음은 진짜 위협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장치입니다.
3. 나이트메어 시퀀스 - 가장 논쟁적인 결말 장치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이트메어 시퀀스는 개봉 당시 가장 많은 논쟁을 낳은 부분입니다. 배트맨이 사막에서 눈을 뜨는 이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만약 우리가 실패했다면'을 보여주는 가정법 서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향후 이어질 스나이더버스 후속작들(현재는 제작 중단)의 떡밥이기도 했습니다. 조커가 배트맨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슈퍼맨이 다크사이드의 편에 서서 배트맨과 맞서는 장면 등은 실제로 스나이더 감독이 구상했던 5부작의 최종장 내용을 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퀀스가 실제 미래인지, 배트맨의 불안이 만들어낸 환상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립니다. 다만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는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가능성 있는 미래 중 하나'로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즉 결말 자체가 열려 있는 구조로, 영웅들의 승리 이후에도 더 큰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의도 - 왜 이렇게 무거운 톤을 선택했나
잭 스나이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300>, <왓치맨>, <맨 오브 스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신화적, 종교적 알레고리를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스나이더컷 역시 슈퍼맨을 그리스도적 구원자 이미지로, 스테픈울프와 다크사이드를 타락한 천사 및 그 상위 존재로 배치하는 등 종교적 은유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특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를 자신의 딸을 잃은 개인적 상실의 경험과 연결지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슈퍼맨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가족(로이스 레인, 마사 켄트)의 슬픔을 다루는 장면들이 유독 길고 정서적으로 그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업적 완결성보다 상실과 애도,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둔 연출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평론가들의 시선
평단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쪽에서는 각 캐릭터에게 충분한 서사적 공간을 부여하고, 특히 사이보그를 영화의 정서적 중심으로 재배치한 점을 높이 샀습니다. 원작 극장판에서 코믹 릴리프 수준에 머물렀던 사이보그가 스나이더컷에서는 상실과 정체성 혼란을 겪는 비극적 주인공으로 재조명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지나치게 진지한 톤, 그리고 완결되지 않은 채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나이트메어 시퀀스가 오히려 서사적 완성도를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후속작이 제작되지 않으면서 이 결말은 '영원히 열린 채로 남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결말이 남긴 질문들
- 나이트메어 시퀀스는 정말 일어날 미래였을까, 아니면 배트맨의 불안이 만든 환상이었을까
- 검은 슈트를 입은 슈퍼맨은 완전히 예전의 그로 돌아온 것일까
- 다크사이드는 결국 지구를 다시 침공할 것인가
스나이더버스의 후속작 제작이 사실상 무산된 지금, 이 질문들은 팬들의 상상 속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미완의 결말 자체가 스나이더컷이라는 영화를 더 오래 회자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은 단순한 히어로물의 승리 서사를 넘어, 상실과 재탄생,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위협에 대한 경고를 담은 작품입니다. 감독 개인의 상실 경험과 신화적 세계관이 촘촘히 엮인 이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깁니다. 여러분은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이 글은 영화의 공식 스토리와 공개된 감독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분석 및 개인적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